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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주론』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여, 검색을 해 보았다.

 

 

군주론(君主論, II Principe)》은 마키아벨리1513년에 쓴 책이다.

당시 피렌체의 참주인 메디치에게 헌정하는 성격의 책으로, 동시대 사람인 체사레 보르자를 군주의 모델로 지향했다. 군주의 자질로 권력에 대한 야심과 의지, 용기를 제시하여 정치적인 몰인정과 냉혹함을 군주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인정하였다.

당시 프랑스와 스페인의 침입과 정치적 간섭에 직면한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에게 통일 이탈리아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이탈리아 통일을 위해 강력한 군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 위키피디아

 

  일단 이 책이 1513년에 쓰인 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게 오래 전에 쓰인 책이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다니... 더욱 이 책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얼른 책장을 넘기고 읽기 시작했다.

 

  우선, 정말 재미 있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딱딱하고 지루한 정치 이론 얘기일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책에 나와있는 말대로, 이 책은 '군주라면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보아하니, 이러한 군주들이 오래 군림하더라'고 말하고 있다. 즉, 어찌 보면 사례분석, 혹은 통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상만을 생각했던 나에게 '현실은 이렇다'라며 빵 크게 쳐주었던 책이기도 하다.

 

이론이나 사변보다는 사물의 실제적인 진실에 관심을 경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 결코 존재한 것으로 알려지거나 목격된 적이 없는 공화국이나 군주국을 상상해왔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분명히 고대의 저술가들(예컨대 플라톤의 『국가』 및 지배자의 이상과 의무를 강조한 당대의 저술가들을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바를 행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하는 바를 고집하는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잃기 십상이다. (중략) 따라서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군주는 필요하다면 부도덕하게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 『군주론』제 15장 중에서

  그래서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책에서는 우리(백성, 시민)들이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과는 좀 거리가 먼 군주가 되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색할 필요가 있고, 약간의 잔인함이 필요하며, 술수를 부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유느님(유재석)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약간 이상하게 들리는 말들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정치인들이 왜 그러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조금씩 풀린다고 할까. 즉, 피지배자의 입장이 아닌, 지배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어, 그동안 정치인들 혹은 CEO들이 왜 그러한(우리가 보기에는 좋지 않은)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심지어 이 책은 인간 전반에 대하여 거의 선악설을 믿는 느낌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한다. 또한, '이 점은 인간 일반에 대해서 말해준다. 즉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자인 데다 기만에 능하며, 위험을 피하고 이득에 눈이 어둡다'며 주장에 대한 이유를 들고 있다. 심지어 이 주장은 작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역사를 살펴보니 그런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역사서는 전쟁, 정치 위주로 쓰였기 때문에 일반화를 시킬 수 없지만, 어찌됐든 전쟁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저러한 모습이 많이 보였다는 얘기이므로, 믿을만 한 얘기라고 볼 수 있다. 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이 책은 1513년에 쓰인 책이지만, 현실 상황 여러 군데에 충분히 적용할 만한 내용을 많이 담고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책을 읽다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 관해서, 특히 직접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는 군주의 행동에 관해서 인간은 결과에만 주목한다. 군주가 전쟁에서 이기고 국가를 보존하면, 그 수단은 모든 사람에 의해서 항상 명예롭고 찬양받을 만한 것으로 판단될 것이다.' 사람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향수를 느끼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분별없는 저술가들은 이러한 성과를 찬양하면서도 그 성공의 주된 이유를 비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혹시 나 또한 이러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룬 주역들을, 바로 지난 스터디에서는 비난했었지만, 나 또한 그들 덕에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때 그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계속 성장에 힘쓰지 않았을까? 아니면... 불평등이 줄어들었으려나? 천천히 가도 함께 가는 사회에 가까워졌으려나? 하... 모르겠다 어렵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전 날, 강연을 다녀와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강신주 철학자의 강연이 떠오르곤 했다. '지배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수를 잘게 쪼개놓는게 편하다', '그래서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수가 '다수'라고 자각하고 지배자가 소수라고 깨닫는 순간, 끝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히, 식민지를 통치할 때, 소수의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해를 입지 않아 다행이라고 느끼게 하면서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더욱 잘하게 만드는 이 방법은 '채찍'을 떠오르게 했고, 체사레 보르자 공작이 불충스러운 장군을 다스리는 방법에서는 '당근'이 얼마나 충성심을 불태우는지 알려준다.

 

우선적으로 그는 오르시니 파와 콜론나 파에 속하는 많은 추종자들을 자신의 추종자로 만들고 후한 재물을 줌으로써 양 파벌의 세력을 위축시켰다. 그는 또한 그들을 각자 지닌 능력에 따라서 대우하고, 군사적인 지위와 임무를 부여했다. 그 결과 불과 수개월 만에 그들은 대대로 내려오던 예전의 파벌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고 전적으로 공작에게 충성을 바치게 되었다.

- 『군주론』제 7장 중에서

  마키에 발리는 또한, 자유로운 생활양식에 익숙해진 도시국가의 지배자가 되었을 경우에는 내분을 조장하거나 주민들을 분산시켜놓아야 자신이 파멸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것 역시 '다수를 잘게 쪼개놓는' 방법이다. 강신주 철학자는 또한, '권력자는 다른 사람들이 권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권력의 허상을 꼬집었다. 그것은 이 책에서도 느낄 수가 있다. 신생 군주국에서 필요한 조치들 중, '인민들로부터 충성과 두려움을 확보하는 것, 군대로부터의 복종과 두려움을 확보하는 일'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두려움, 그것이 권력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군주의 마음 속 밑바닥까지 다 드러내 보여주는 듯한 은밀하고도 공개적인 책이다. 마치 결혼에 대한 로망을 꿈꾸는 소녀에게 '부부란 이런 것이다'라며 결혼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힘든 일들을 낱낱이 까발려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실망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슬퍼지기까지 했다. 희망이 안 보이는 것 같아서. 현실은 이렇게 냉정하고 쓰라린 것 같아서. 마치 이 책은 군주들에게 '이렇게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보고 익히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저자가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왠지 그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 18장 '군주는 어떻게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에서 마키아벨리는 '필요하다면 군주는 전통적인 윤리를 포기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가급적이면 올바른 행동으로부터 벗어나지 말아야 하겠지만 필요하다면 비행을 저지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여기서 생각이 바뀌었다. 왠지 나는 이 문장에서 마지막 부분이 아닌, '가급적이면 올바른 행동으로부터 벗어나지 말아야 하겠'다는 문장이 더 와닿았다. 즉, 겉으로는 군주들의 실상대로 행동하길 권하는 것 같지만, 알고보면 속은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마키아벨리는 앞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 즉 '모름지기 군주라면 이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보니 이러한 군주가 오래 해 먹더라'는 통계(?)를 낸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당신도 이들처럼 오래 해먹고 싶으면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고 썼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실과 이상은 이리도 다릅니다. 군주를 오래 해먹기 위해선 이래야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군주를 오래 하는 걸 목표로 삼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올바를 통치를 목표로 삼으시겠습니까?'하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을 적나라하게 아픈 부분까지 상세히 적어내려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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